[pub.chosun.com]달리기가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이유는?
어제의 삶이 오늘에 자리를 내어주고, 오늘은 내일의 삶에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인생살이를 어렵게 하는 과정이다. 그때가 올 때까지는 몰랐던 사실을 이제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때까지는 몰랐던 새로운 것을 찾고, 어떤 사람은 그런 것에 목을 맨다.
일단 알게 되면 아직은 모르지만 내일이면 알게 될 정보에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망각이 우리의 전유물인듯 떠드는 언론도 사실은 전혀 기억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려면 '그 전의 기억'을 쫓아내야 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사건으로 대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소문은 부풀어 오를대로 오르다가 일순간에 잦아들지만, 마치 형태가 일정하지 않는 폭포처럼 연이어져 다가온다. 하지만 일단 걷히기 시작하는 순간 정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몇 일간 산속에 들어가 산다면 세상에 대한 정보나 소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달리기 시작하는 것도 똑같다. 달려나가는 순간 더 이상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세상의 정보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동적 변화나 최근의 사업적 일의 진행이나 상황도 더 이상 알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한 상황의 반전도 크게 기대하지 않게 된다. 달리기 외에는 모든 것이 달리기 이상으로 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 지속하는 것들 앞에 서면, 일상에서라면 나를 포로로 만드는 정보들과는 단절된다. 오랫 동안 먼 곳까지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을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달리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어떻게 그런 것에 호기심이 생기고 궁금해하게 되었는지 정말 놀랍지 않은가?
땅 위에서 처음 만나는 영원성은 길이고, 바위이고, 지평선이고, 들판이나 능선의 움직임이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저항한다. 내 앞에 불쑥 드러나 있는 이 견고한 물체들과 맞서다 보면 자질구레한 사실들이나 그만그만한 소식들은 꼭 바람에 쓸려가는 먼지처럼 무시해도 좋을 가벼운 존재로 보인다. 그것들은 나처럼 움직이지 않는, 제 자리에 고정된 채 진동하는 부동적 영원성이다.
달린다는 것, 달려 앞으로 나아간다는 동적인 움직임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겸허한 태도로 끈질기게 인내를 가지고 지속하는 이 현실, 즉 암벽 사이에서 자라나는 나무, 망을 보는 새, 자기 갈 길을 찾아가는 시냇물을 체험하는 것이다. 달리다 보면 정보와 불평불만은 어느 새 잦아든다.
달리다 보면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험담을 늘어놓고 자기 자신을 드높이고 재구성하고 해석하며 마음 속으로 늘어놓는 끝없는 수다가 중단되고, 가시 돋친 원한과 어리석은 만족, 손쉬운 복수가 되풀이 되는 독백 또한 중단되고, 길을 마주 보며 달리며 생각한다.
'아, 저기 있네. 저것들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오래 전부터 저기 있었지. 저것들은 나를 한 없이 앞서 갔고, 내가 가고 난 뒤에도 계속될 거야.'
살아가면서 일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도 나 자신이고, 그 일을 강요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은 돈을 벌고 아끼고 저축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어떤 자리를 노리고, 일을 부랴부랴 끝내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는 것이다.
이 일을 하고, 저걸 보러 들리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 등은 사회적 속박이고, 문화적 유행이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이다. 항상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렇지만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항상 나중으로 미뤄둔다. 더 낫고, 더 급하고, 더 중요한 일을 지금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또 같은 일이 생겨난다. 이것이 모두의 삶이다.
달릴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달리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다른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오직 달리기만 하면 순수한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고, 어린 시절 만들어낸 삶의 소박한 즐거움을 재발견하게 되고, 달리기는 부담을 덜어주고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도록 함으로써 어린 시절의 그 영원성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달리기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체화된 놀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일단 알게 되면 아직은 모르지만 내일이면 알게 될 정보에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망각이 우리의 전유물인듯 떠드는 언론도 사실은 전혀 기억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려면 '그 전의 기억'을 쫓아내야 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사건으로 대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소문은 부풀어 오를대로 오르다가 일순간에 잦아들지만, 마치 형태가 일정하지 않는 폭포처럼 연이어져 다가온다. 하지만 일단 걷히기 시작하는 순간 정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몇 일간 산속에 들어가 산다면 세상에 대한 정보나 소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달리기 시작하는 것도 똑같다. 달려나가는 순간 더 이상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세상의 정보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동적 변화나 최근의 사업적 일의 진행이나 상황도 더 이상 알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한 상황의 반전도 크게 기대하지 않게 된다. 달리기 외에는 모든 것이 달리기 이상으로 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 지속하는 것들 앞에 서면, 일상에서라면 나를 포로로 만드는 정보들과는 단절된다. 오랫 동안 먼 곳까지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을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달리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어떻게 그런 것에 호기심이 생기고 궁금해하게 되었는지 정말 놀랍지 않은가?
땅 위에서 처음 만나는 영원성은 길이고, 바위이고, 지평선이고, 들판이나 능선의 움직임이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저항한다. 내 앞에 불쑥 드러나 있는 이 견고한 물체들과 맞서다 보면 자질구레한 사실들이나 그만그만한 소식들은 꼭 바람에 쓸려가는 먼지처럼 무시해도 좋을 가벼운 존재로 보인다. 그것들은 나처럼 움직이지 않는, 제 자리에 고정된 채 진동하는 부동적 영원성이다.
달린다는 것, 달려 앞으로 나아간다는 동적인 움직임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겸허한 태도로 끈질기게 인내를 가지고 지속하는 이 현실, 즉 암벽 사이에서 자라나는 나무, 망을 보는 새, 자기 갈 길을 찾아가는 시냇물을 체험하는 것이다. 달리다 보면 정보와 불평불만은 어느 새 잦아든다.
달리다 보면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험담을 늘어놓고 자기 자신을 드높이고 재구성하고 해석하며 마음 속으로 늘어놓는 끝없는 수다가 중단되고, 가시 돋친 원한과 어리석은 만족, 손쉬운 복수가 되풀이 되는 독백 또한 중단되고, 길을 마주 보며 달리며 생각한다.
'아, 저기 있네. 저것들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오래 전부터 저기 있었지. 저것들은 나를 한 없이 앞서 갔고, 내가 가고 난 뒤에도 계속될 거야.'
살아가면서 일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도 나 자신이고, 그 일을 강요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은 돈을 벌고 아끼고 저축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어떤 자리를 노리고, 일을 부랴부랴 끝내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는 것이다.
이 일을 하고, 저걸 보러 들리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 등은 사회적 속박이고, 문화적 유행이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이다. 항상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렇지만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항상 나중으로 미뤄둔다. 더 낫고, 더 급하고, 더 중요한 일을 지금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또 같은 일이 생겨난다. 이것이 모두의 삶이다.
달릴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달리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다른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오직 달리기만 하면 순수한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고, 어린 시절 만들어낸 삶의 소박한 즐거움을 재발견하게 되고, 달리기는 부담을 덜어주고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도록 함으로써 어린 시절의 그 영원성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달리기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체화된 놀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동윤, 2016-05-29 오후 5:57:04
